맘스텝-유아용품

#80 쇼! 뮤직캠프!(6) “후우.” 무대 위. 현우의 깊은 한숨 소리였다. 처음 무대에 오를 때만 해도, 아무도 우릴 찾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한데 막상 무대 올라서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얼티메이트! 아, 아니! U.O.U 화이팅!” “힘내라! 누나들 왔다!” 공개홀을 가득 메운 응원 소리. 그것도 초창기 때부터 따라와 준 누나들이었다. 고마움에 울컥 눈물이 쏟아질 걸 간신히 참아낸 후. 현우는 더욱 분발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기긱- 기긱- 긱- 끼익-! “와, 연주 되게 못 하네.” “킥킥.” “하여간 꼭 별것도 없는 것들이 유난 떤다니까. 빨리 끝내고 우리 오빠들 봐야 하는데, 시간 겁나 잡아먹네, 진짜.” 공기 취급할 땐 언제고, 소리가 조금 엇나갔다고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의 모습에 얼굴이 창백해진 현우였다. 분명 운지*는 제대로 했는데! (운지* 혹은 운지법 : 악기를 사용할 때, 손가락을 쓰는 방법) 한데 어째서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건지, 본인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던 그때. 광경을 지켜보던 태우가 현우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에요?” “아, 아니! 난 잘못한 거 없어! 제대로 운지했는데, 이런 소리가 난 거라니까?” “다시 한번 해보죠.” 태우의 말에 현우가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었다. 기긱- 기긱- 긱- 끼익-! 결과는 마찬가지. 이에 태우는 서둘러 스텝에게 손을 흔들었다. “뭐 하는 겁니까! 가뜩이나 시간 없는데!” 무대에 올라서자마자 노발대발하는 PD였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던 터. 애당초 MR 쓰자고 그렇게 말했건만. 실컷 고집부리더니 기타 하나 제대로 연주 못 하는 모습에 화가 잔뜩 난 듯했다. “죄송하지만, 장비 쪽 이상이 있는 것 같은데 점검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 이상은 무슨 이상이요? 댁들이 연주를 잘못한 거 아닙니까?” 스텝의 말에 현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유치원 때부터 장난감 대신 기타를 잡아 온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게 전부 내 잘못이라고? 이에 스텝에게 뭐라 따지려 할 때, 태우가 침착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앰프 전원 한 번만 다시 껐다 켜보죠. 그래도 안 되면 MR 쓰겠습니다.” “하! 그 말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야! FD! 선로 점검 한 번 해보고, 이상 없으면 앰프 전원 껐다 켜봐! 빨리!” 그렇게 얼마 후. “PD님! 선로 점검했고, 앰프 전원 껐다 켰습니다!” 스타베팅의 외침에 태우가 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우 형.” “알았어.” 태우의 눈짓에 현우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금 자신의 핑크색 기타를 움켜잡았다. 기긱- 기긱- 긱- 기기기기기긱- 정상적인 기타 연주음이 퍼짐과 동시. 방금까지 소리를 내지른 PD가 뻘쭘한 듯, 머릴 긁적였다. “뭐야 대체…… 아무튼! 이제 잘 되는 거죠?” “자, 잠깐만!” 뭐가 어쩌고 어째? 방금까지 내 잘못이라더니, 점검하고 잘 되니까 얼렁뚱땅 그냥 넘어가려고? 현우가 그런 PD를 향해 거칠게 항의하려 할 때. 태우가 이를 말리며, 먼저 입을 열었다. “빠른 조치 감사합니다, PD님.” “에…… 뭐. 또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요.” 그 말과 함께 빠르게 무대 아래로 사라지는 PD였다. 태우는 여전히 씩씩거리는 현우를 달래듯 말했다. “형.” “왜?” “무턱대고 참으라고는 안 할게요. 지금 우리가 이런 취급 받는 거. 오늘이면 끝날 테니까.” “하!” 현우는 씨익 웃는 태우의 모습에 기가 찬 듯, 탄성을 내뱉었다. 아주 그냥 지가 형인 줄 알아. 거기에, 막말로 오늘 무대가 아주 엉망이면 어쩌려고? 마치 예언가처럼 다 잘될 거라고 말하는 게 썩 기분 나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시작도 안 한 시점에서 재수 없게 안 될 거란 말도 못 하겠고. 정말이지 얄미워 죽을 것 같다. 그렇게 장내에 소란이 계속될 무렵. “하아암. 아, 흥 다 깨지네. 쟤네 언제 내려간다고?” “몰라. 별꼴이야. 그냥 대충하고 내려오면 되지.” “야, 너 그거 들었어? 우리 오빠들, 이번에 음방 끝나고 곧바로 라디오 간대!” “지, 진짜? 어디? 라이브야?” 자기들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팬들의 모습이었다. 오직 소수의 팬들만이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봤는데. 그때, 태우가 잠시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의 무대는 대부분 팬들과 소통으로 이어졌던 터. 그래서인지, 평소라면 제일 먼저 드럼을 두드렸을 상호조차도 의욕을 상실한 듯, 스틱만 깨작거리며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끼익- 태우는 스탠드 마이크의 전원을 켜며, 소란스러운 관중석을 향해 소리를 외쳤다. 「안녕하세요! U.O.U 보컬 신태우입니다! 리허설에 앞서 쇼 음악캠프에서 치루는 첫 데뷔 무대인 만큼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먼저 메인 기타에 지현우!」 “나, 나?” 태우의 지목에 관중석의 시선이 향하자, 당황한 현우였다. 그런 현우에게 고개만 까딱거린 태우.